[2004년] 빙우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눈보라 속. 알래스카, 아시아크 등반에 나섰던 중현(이성재 분)과 우성(송승헌 분)은 조난을 당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중현은 다리에 심한 부상까지 입고. 해외원정과 조난 모두가 처음인 우성에게 차가운 설산에서의 고립은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어두운 얼음 동굴 속 잠들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조금씩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어가는 그들. 순간 중현과 우성은 이상한 예감에 멈칫한다. 지금 조난의 극한 상황 아래서 자신들을 지탱하는 있는 기억의 조각이 한 여자 경민(김하늘 분)으로 포개어지는 것. 끝내 이룰 수 없었던 경민과의 사랑을 간직한 중현과 경민을 향한 수줍던 우성의 첫사랑이 죽음을 앞에 두고 안타깝게 교차하는데…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피어난 두 빛의 사랑, 그 시리도록 맑은 애절함의 기억이 하늘과 맞닿은 설원을 조금씩 채워간다.

[2002년] 일단뛰어

젊은 혈기 하나로, 사고치고 싶은 생각이 꿈틀대는 녀석들. 생김새만 보면 결코 어울리지 않는 세명(송승헌, 권상우, 김영준 분)은 교실 뒷자리에 같이 앉게 되면서, 어쩌다 운명처럼(?) 뭉치게 되었다는데. 이들은 티격태격 서로를 갈구면서도, 옆에 없으면 허전한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담벼락 넘다 발 헛디뎌 기절한 도둑(이문식)이 피투성이가 된 채 훔친 수 십억원 대의 달러와 함께 눈앞에 뚝! 떨어지고. 우왕좌왕, 왁자지껄하던 세명은 단순사고 시스템으로 일단 튀고,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한다. 한편, 강력계 발령 100일째, 마약범에서 사시미 든 피래미까지 잡아넣기 위해 이리저리 출동하는 신참형사 지형(이범수 분). 오늘도 도심 한복판을 냅다 달리며, 밤샘근무 때문에 삼일째 잠도 못자서 몰골이 허접하다. 경보시스템이 작동한 사채업자집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다 상부에서 사건을 덮으려는 움직임을 보고, 수상함에 호기심이 발동한 지형은 일단, 몰래 수사하기로 마음 먹는다. 처음의 고민과 불안은 어느새 잊어 버린 채, 신나게 물쓰듯 돈을 써대는 성환, 우섭, 진원에게 지형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 들어오고, 돈을 찾으려는 또 다른 음모가 이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2002년] 버추얼 웨폰

완벽한 미모, 최고의 무술실력, 전문가적인 컴퓨터 실력까지 갖춘 린과 수는 피의 복수를 위해 암살자로 다시 태어난 자매. 언니 린이 암살을 하면 동생 수는 뛰어난 컴퓨터 실력으로 언니를 엄호한다. 린은 컴퓨터업계의 거물이자, 아시아 최고 갑부인 초우 루이를 살해하고, 이 사건을 매력적인 여형사 홍이 수사하면서 홍과 린, 수 자매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사건을 주적하던 홍은 수사과정에서 루이를 죽이라고 사주한 것이 동생 초우 눈임을 감지하고, 린과 수자매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암살자가 된 것을 알게 된다. 형을 죽이도록 사주한 초우 눈이 린과 수 자매 또한 없애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홍은 그녀들을 보호하고 사건을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1999년] 카라

펜시회사 디자이너 선우(송승헌 분)에게 한달전부터 카라꽃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이 전해진다. 발신인을 밝히지 않는 꽃과 음악을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궁금해하는 선우. 여느 때처럼 출근길 마을 버스에 오르고,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에서 지희(김희선 분)을 발견한 선우. 첫눈에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그녀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선우는 그녀와 같은 시간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우여곡절 끝에 지희와 만날 것을 약속한 크리스마스 이브. 약속장소에 도착한 선우는 한 남자의 인질이 되어버린 지희를 발견한다. 선우의 안타까운 절규를 뒤로 한 채 지희는 인질범에 의해 건물 밖으로 투신되어 목숨을 잃는다. 이제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고 선우는 단 한 순간도 지희를 잊은 젓이 없다. 그녀를 처음 보았던 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옛 생각에 젖던 선우. 자신도 모르게 3년 전 그녀를 놓쳤던 그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죄책감과 상실감만 더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의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있다. 지금 그는 너무나 간절히 그날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3년 전 그녀와의 약속 장소에서 옛 일을 회상하다 발길을 돌리는 선우는 이상함을 느낀다. 무언가 변했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풍경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시간을 돌려 놓은 것이다. 3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 밤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와의 약속 시간까지 정확히 24시간이 남았다. 지체할 겨를도 없지 그녀를 살리기 위해 달려나가는 선우.